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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chet와 Weissgerber
최동수  (Homepage) 2011-01-20 01:03:35, 조회 : 4,521, 추천 : 1103


Weissgerber로 연주된 CD를 들으며 Cahier d'atelier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Bouchet와 Weissgerber는 개성이 서로 다른 기타이지만 Weissgerber를 듣노라면
Bouchet 기타와 어딘가 공감대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최근에 Robert Bouchet의 “Cahier d'atelier”라는 책자와 Richard Jacob의
"A sound portrait with Weissgerber"라는 CD가 비슷한 시기에 손에 들어왔다.
Cahier d'atelier는 Bouchet의 제자였던 기타제작가 Masanobu Matsumura로부터 받았고,
Weissgerber CD도 기타제작가이자 Weissgerber의 자료편집인이였던  Angela Waltner에게
받은 것이다.

지난 6월 일본 이바라기시 Matsumura의 공방에서 밤이 이슥하도록 나누던  Bouchet와 Jacob,
두 분에 관한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이미 세상을 떠난 그들은 기타제작의 명인들로서 나는 그들의 생전에 일면식조차 없는 처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보이지 않는 끈이 내게 닿아있는 느낌이 들기에 이 두 제작가에 대한
상념을 추려 본다.
이번에 이바라기 기타 페스티벌에 출품한 내 기타도 Weissgerber를 model로 제작 하였는데,
우연히 정말 히도 Bouchet기타와 비슷한 stereo-phonic 음향이 나의 귀를 스친 것이다.


Robert Bouchet(1898〜1986) :
“歷史の 場合”
Bouchet가 Matsumura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세기의 거장 Bouchet(1898〜1986)는 그림을 구상하듯이 그만의 독특한 세계에서 창작의 문을
두드렸다.
미술선생이었던 그는 친구인 기타제작가 Julian Gomez Ramirez(Madrid에서 Jose Ramirez
Ⅰ世와 함께 제작수련을 받음)의 공방을 자주 들락거렸다.
그 공방에서 터득한 지식으로 40대에 이르러 자신의 기타를 만든 것이 시작이라고 전해 온다.
그는 항상 어떤 구상이 떠오를 때만 기타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음향원리(acoustic theory)보다는 심미적 관점(aesthetic consideration)에서 얻은 Idea를
기타의 디자인에 반영하곤 하였다.
예를 들면 그의 지판은 종횡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완전한 수평면을 이룬다.
사운드홀 바로 아래쪽의 횡상목에 약간의 아취를 형성하되 전면판(음향판)의 가운데와
주변에만 부착시키고, 고음부와 저음부 쪽에서 2개의 부챗살을 횡상목 (음향조절 상목)
아래를 통과시켜 사운드홀 아래 타원형 덧판에 연결한다.
무엇보다 가장 특이한 것은 하현주 바로 아래를 가로지르는 횡상목인데 고음부 쪽에
무게가 실리고 저음부 쪽은 가볍게 처리한다.
그는 다른 제작가들처럼 전면판의 주변을 얇게 하지 않고 전판을 균일한 두께로 유지하였다.
그 대신 주로 횡상목을 가공하므로서 음향판이 각양의 주파수에 반응하게끔 미세한
조율(Tuning)을 하였다.
그는 심지어 헤드머신까지도 직접 깍아 만든다고 한다.


그는 기타의 기본 음색을 현악기로 구성된 quartet에서 찾고자 하였다.
후일, 기타는 6현이므로 당연히 Quartet보다 많은 Orchestra에서 각양의 음색을 찾으려 하였고,
그는 과연 뭔가 찾아낸 듯하였다.
내가 만져 본 bouchet 기타는 특히 저음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하고 지속력(sustain)이
길었다.
음질은 부드럽다기보다는 단단한 느낌이었고 전 음계에 걸쳐서 밸런스가 좋았다.


Antonio de Torres 이래 오랜 세월을 두고 발전을 거듭한 결과 근래에는 전세계적으로 스페인식의
부챗살 구조가 주류를 이루게 되고, 횡상목을 사용하는 제작가는 점차 드물어지고 있다.
기타의 구조 있어, 스페인식 기타는 부채형의 부챗살이 발현기능조절의 주체가 되어 있다.
한편 유럽식 기타는 비슷한 형태의 부챗살이 있더라도 이는 보조적 기능을 맡고, 류트처럼
전면판의 중앙을 가로 지르는 횡상목이 오히려 주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Bouchet도 처음에는 스페인식 Torres model에서 시작하였으나 음질을 탐구하는하는 과정에서
하현주 바로 아래를 건너지르는 횡상목(음향조절상목)을 고안하였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하여 오케스트라의 표현을 추구하기에 이르렀다.
횡상목을 사용하면 누구나 Orchestra적인 음색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설명의 편의상 tweeter와 woofer가 한 뭉치로 된 스피커를 mono speaker(동축스피커)라 하자.
이와 대비하여 음원이 2채널로 분리된 경우는 stereo phonic(입체음향)이라고 해두자.
기타는 몸통이 하나이므로 제작가는 그 하나의 기타 내에서 발현가능한 최상의 고음역과 저음역을
찾아 동축스피커의 원리를 구현하면 될 일이다.
공교롭게도 Bouchet는 기타에서 Orchestra와 흡사한 각양의 음색을 추구한 듯하다.
이 stereo-phonic 음향의 개발이 어쩌면 그에게만은 보였거나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실례로 최근에 나는 우연히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제작가들이 널리 애용하는, 일정한 초점이 있는 7개의 부챗살 대신 평행선을 이루는 9개의 부챗살을
횡상목과 조합하여 전면판을 제작하였다.
나의 의도는 발현음이 소멸되기 전에 빠르게 전달하여 음의 지속력을 길게 늘이고자 한 것이었다.
결과, 했던 대로 음의 지속성은 확실히 길어졌다.
그런데 탄현시의 느낌은 하나의 기타 내에서 남자와 여자가 듀엣을, 즉 stereo phonic 음향이
나오는 것이었다.
저음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반면에 고음은 너무 날카로웠다.
초점이 있는 부챗살의 경우 동축 스피커와 같은 작동이 쉬운 반면에, 나란한 부챗살은 stereo phonic과
같은 작동 유리하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 것이다.
이 기타는 현고가 낮고 프렛의 마무리가 좋은데다 현의 장력도 적당하여 연주하기에 편한 악기였다.
그러나 오사카의 ‘FANA’ 악기점에서 얼핏 들은 것처럼 음악을 표현하는데 뭐라 형용키 힘든 연주상의
어려움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 때 Matsumura도 내 기타가 stereo phonic 같다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다양한 음색을 방출하는 stereo phonic기타로 일사분란하게 어우러지는 음악을 하기란 명연주자라
할지라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Bouchet의 stereo phonic 기타를 사용하던 명연주가들이 점차 그 기타를 내려놓는 듯하더니,
근래에는 그 부쉐기타로 연주하는 명연주가 거의 없는게 사실이다.

Bouchet가 제작한 154대밖에 안되는 기타 중에 일본에만 해도 무려 50여대가 있으나 대부분
수집가가 소장하고 있다고 들었다.
또 세계 각국의 박물관에서도 여러 대를 소장하고 있다.
워낙 고가인데다 개인소장용으로는 몇 대 남지 않았다는게 문제일 수도 있다.
만약 그중에서 몇 명이라도 세계적인 연주가가 나왔더라면 Bouchet기타의 연주생애는 좀 더 연장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째서 현역 기타 중에서 최고가인 Bouchet 기타의 연주가가 그리 드물어졌을까?
아마도 Bouchet가 기대하는 만큼의 연주를 하기에는 명연주가라 할지라도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Richard Jacob(1877〜1960) :
우리에게 Weissgerber가 더 친밀하듯이 그의 이름이나 생애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가 많다.
Jacob도 Bouchet처럼 그만의 고집스러운 창작의 길을 간 사람이다.
2000년 초 독일의 Leifzig 대학의 악기박물관에 개설된 Weissgerber관에는
28대의 기타와 자료들이 전시되었다.
박물관측에서는 Weissgerber 공방도 매입하여 원상태로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Jacob의 사후에
그의 악기창고를 둘러본 사람들은 칠만 입히면 될 정도로 거의 완성단계에 있는 Weissgerber가
무려 100여대나 남아있는 정경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동독의 Markneukirchen은 동베르린의 유명한 악기 제작가들이 군집한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Llobet와 Segovia도 이곳에서 연주한바 있다.
Markneukirchen이 낳은 세기의 기타 제작가 Jacob은 일생동안 무려1800대의 기타, 류트 6대
그리고 비웰라 4대를 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Jacob은 소년기에는 zither제작 수련을 받았으나 중세풍 기타에 흥미를 갖고 Vienna풍의
제작기법을 학습 하였다.
그는 Weissgerber라는 명칭으로 악기제작 공방을 가업으로 운영을 하게 된다.
Jacob은 19세기의 프랑스나 독일의 소형기타의 복원이나 재현에 몰두하면서 기타의 재료,
모양과 구조에 관한 광범위한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다져진 Weissgerber 공방의 정교한 솜씨는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된다.
특히 심미적인 관점에서 재료의 선별, 브릿지나 테두리의 형태, 사운드홀과 헤드의 모양 등에서
Weissgerber 나름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게 된다.
그러던 중 Markneukirchen을 방문한 Emilio Puhol과 Luise Walker의 연주를 듣고 스파니쉬
특히 Torres model에 관심을 갖게 된다.
보다 전향적으로 Torres model에 몰두하게 된 것은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Miguel Llobet과
Andres Segovia를 만나고부터 이다.
Jacob은 Segovia의 기타를 살펴보고 설계도를 만들기도 하였다.


제작단계에 영향을 준 사람들도 있다.
비엔나 음악원 교수인 Karl Scheit와 오랜 교류를 하였고, Siegfried Behrend는 음질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 소중한 조언자이기도 하였다.
그때까지도 Jacob은 많은 Torres model을 현장 620〜630mm의 소형으로 제작하였다.
정작 가장 널리 알려진 현장 650mm의 기타는 그의 아들 Martin Jacob이 제작하였다고 전해진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Jacob의 만년에 이르러 그는 거의 완벽을 기하는 자연주의 원시기법의
추구에 몰입해 있었다.
가뿐히, 노래하듯 울리는 풍부한 배음에 대한 그의 동경심은 그로 하여금 아주 가벼운 기타를
고안하게끔 하였다.
Jacob 개인에게 내려진 카리스마라고나 할까? 그는 발현에 부담이 될 만한 장식적인 모든 요소를
일체 배제하였다.
이를테면 테두리는 purfling이나 binding 대신 구릉지게 만들었고, neck는 가벼운 형태로,
사운드홀 주위의 모자이크 로제테도 없애버렸다.
Bridge와 head도 구멍을 내거나 섬세하게 다듬어서 무게를 줄였다.
솔직히 나는 이미 오래전에, Weissgerber를 하는 순간 가뿐히 반응하는, 듯하고, 강렬하며,
쏟아져 나오는 듯 울리는 풍부한 음향에 매료 되어버렸다.
그 기억이 너무 강하게 뇌리에 남았는지 내가 만든 기타는 일반 기타와는 다른 음색, Weissgerber를
흉내 낸듯한 음색으로 인하여 혼란스럽기도 하였다.

그러나 Weissgerber는 1990년 Behrend의 사망 이후 간행된 세계적인 명기록에서 거의 눈에
뜨이지 않는다.
오늘날 Weissgerber의 명연주가도 찾아볼 수 없다.
무슨 이유일까?
당시 Weissgerber 공방이 공산권인 동독에 있던 까닭에 서방국가 연주가들이 악기를 구하기가
힘들어서였을까?
Weissgerber라는 기타가 너무 낡아서 ?
Behrend가 세상을 뜨기 일년 전에 내가 Munig에 있는 그의 저택을 방문하여 그가 소장하고
있던 20여대의 Weissgerber를 봤을 때 모든 기타들이 거의 새 것처럼 생생하였었다.
음량이 부족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타의 名人 Behrend가 平生을 즐겨 연주하던 악기가 바로 Weissgerber이다.
그 기타는 2400명이 넘는 청중을 향해 스피커 없이 성공적인 연주를 하였다는 전설적인 기록도
남기고 있다.
혹시 연주가들이 Behrend의 명성에 눌려 아예 Weissgerber의 연주는 하였을까?


다만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무리 잘 만든 기타라도 연주가가 음악의 표현에 편안해야 된다는 것.
또 Torres처럼 역사의 이정표에 명확하게 획을 긋지 못하는 한 스스로의 한계에 도달 한다는 것.

누구나 때가 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니  
삶 그자체가 어쩐지 허무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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